대표전화 : 053)811-1391
FAX : 053)816-6191
홈페이지 : www.노후.kr
mail : 8111391@naver.com
복지뉴스


 

복지뉴스

[국민일보] 노인을 위한 교육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윤승빈 작성일19-09-09 15:39 조회1,549회 댓글0건

본문

공원 벤치에 앉아 있으면 노인이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앞에서 머뭇거리다 호흡을 가다듬고 헛기침까지 하고 나서야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돌아서려다가 눈이 마주치면 슬그머니 옆에 앉는 할머니도 있다. 대부분 내 쪽으로 내미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매번 미처 다 끝내지 못한 숙제를 들킨 표정이었다.
 수첩을 들고 있던 할아버지는 전화번호를 저장하는 방법을 물어왔다. 뒤에는 그동안 찍은 사진을 어디서 볼 수 있는지 몰라 헤매던 할머니와 계속 같은 노래만 나와 며칠 동안 한 곡만 반복해 들었다는 할머니가 있었다. 노인들이 서비스센터를 찾을 때는 화면 밝기를 키우거나 진동 모드로 바꾸는 것처럼 간단한 조작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많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불편한 채로 버티거나 예전에 쓰던 휴대폰을 찾는 분들도 더러 있다. 번번이 물어보기 미안하거나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떨 땐 알려주는 사람을 찾기조차 어렵다. 한 전자회사에서 진행한 ‘찾아가는 휴대폰 서비스’와 한 통신사에서 노인을 선생님으로 내세운 ‘스마트폰 교실’의 반응이 좋았던 것도 문턱을 낮추기 위한 노력 덕분이지 않을까. 2017년 방송 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스마트폰 보유 비율은 73%를 넘어섰다. 하지만 그에 맞는 교육과 시스템은 부족해 보인다.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가 자주 전했던 목소리가 떠오른다. 사람이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그땐 습관처럼 하시는 말씀인 것 같았는데 돌이켜보면 조금 다른 방향으로 들리기도 한다. 배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생각을 이어가 보면 부담 없이 다가와 눈높이를 맞춰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전곡 반복 설정하시고 랜덤 재생을 끄시면 됩니다’라는 것은 정확한 설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외국어나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이것은 꼭 스마트폰만의 문제는 아니다.
 “돈이 있어도 국수 한 그릇도 못 먹는 세상이네.” 얼마 전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던 중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최근 들어선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해야 하는 식당이었는데 할아버지는 아직 낯설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옆에 충분히 설명되어 있었지만 할아버지가 읽기엔 표현이나 어휘가 다소 난해했고 글씨도 작아 보였다. 한창 바쁠 때라 점원도 도와줄 틈이 없어 보였다. 그사이 뒤에 기다리던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다. 우리가 나설 때까지 할아버지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사례는 음식점뿐 아니라 마트의 셀프계산대나 ATM기기, 전자제품 사용설명서, 영화표를 끊을 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쩌면 할아버지는 어느 날 사람들이 자기만 빼고 약속을 정한 뒤 따돌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변화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다. 그에 따라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뒤처지는 사람도 꾸준히 늘어간다. 뒤처지는 사람을 내버려 두고 더 빠르게 변화하느냐 아니면 배려해서 함께 나아가느냐의 차이는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지 보여주는 기준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여기에는 기존에 쓰던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고 배워보려는 유연한 자세도 필요하다. 또한 화면이 확대되는 ATM기기나 휴대폰에 설치된 쉬운 사용 모드, 행정복지센터 등에서 진행하는 노인을 위한 다양한 수업과 같은 배려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두 방향이 서로 맞물리다 보면 지금보다 세대 간 갈등도 얼마간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이 과정이 그저 번거롭고 불편한 것만은 아니다. 누구나 결국 노인이 될 것이고 그땐 지금보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데에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지금 노인을 배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노인을 위한 것인 동시에 미래의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도 느리게, 하지만 분명하게 노인이 되어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할머니가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말한 다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덧붙였던 목소리가 떠오른다. 지나고 보니 결국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것이었다. 두 목소리는 낡고 진부했지만 연결해보면 또 다르게 들린다. 혹시 할머니는 배우고 싶었는데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망설였던 건 아닐까. 휴대폰으로 사진 찍는 법을.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9558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경산시재가노인지원센터  / [38579] 경상북도 경산시 원효로26길 5(계양동 663-12번지)  /  TEL : 053)811-1391  /  FAX : 053)816-6191
mail to : 8111391@naver.com
Copyright (C) 2015 경산시재가노인지원센터 All right reserved.